[파나마 이민&영주권] 17. 서울과 파나마시티, 최저비용살이, 일상 비교

2019. 12. 2. 20:14카테고리 없음

서울과 파나마시티, 최저비용살이, 일상 비교

 

어딘가를 여행하는 것과, 그 곳에서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여행할 때는 천 원 더 내더라도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싶지만,

거주할 때는 천 원 비싼 물가가 큰 부담이 되어 구매를 망설이게 되지요.

 

그런 면에서 파나마시티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면 물가가 한없이 비싼 곳이고

현지인의 마음으로 살면 그리 비싸지 않은 곳입니다.

 

반면 서울은,

여행자여도, 현지인이어도 물가가 비싸다고 느끼게 되지요 ^^;

 

사실 중산층 이상의 삶은,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가 차량을 소유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적당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으며, 미래를 대비해 보험을 들 수 있을 정도의 여유 말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 저소득층의 삶을 들여다봤을 때

그들의 소득으로 접근 가능한 재화의 수준과 양이

그 나라 국민들 전반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고,

장을 볼 때에는 최대한 저렴한 것을 골라 사며,

몸이 아플 때, 건강 걱정보다는 돈 걱정이 먼저 되는 삶을 기준으로

 

파나마는 꽤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버스나 지하철은 0.25~0.35불로, 한화로는 300~400원 정도이며

기초식료품 가격 억제정책을 시행하여, 해당 품목으로 장을 볼 경우

식빵이나 소시지, 계란 등을 품목당 1~2불에 살 수 있습니다.

청과물 재래시장에 가면 과일이나 채소도 꽤 값싸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서울의 경우, 버스나 지하철 편도가 1000원이 넘고,

최대한 저렴하게 장을 봐도 단백질급원을 1000~2000원 선에서 사기는 힘들며

재래시장에선 물건을 낱개로 파는 경우가 적어 사실상 1인가구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파나마에 처음 오시면

물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보다 비싸다며 혀를 내두르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룸(스튜디오) 한 칸에 보통 1000불(120만원) 이상의 월세를 내야 하며

허름해 보이는 식당에서도 1인당 15불(17000원)은 우습게 나오고

3000원이면 두세 달치 샴푸 한 통을 살 수 있는 한국에 비해, 

파나마에서 같은 용량을 사려면 10000원 가까이 드는 등 공산품 가격이 꽤 비싸거든요.

게다가 위험하다고 버스나 지하철은 아예 안 타고, 가까운 거리도 날씨가 더우니 택시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반면, 거의 현지화된 삶을 사는 저의 경우

원룸 대신 쉐어하우스의 방 한 칸을 구해, 공과금 포함 월 450불(50만원)을 내고

식빵, 바나나, 소시지 등 현지인들과 비슷하게 식단을 짜 도시락을 싸서 다니며 

현지인들과 함께 버스나 지하철을 스스럼없이 타고 다니고, 좀 덥더라도 왠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니

한 달 생활비로 100만원이 채 들지 않습니다.

 

서울에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4평짜리 원룸 월세로 공과금 포함 월 60만원을 냈고

직접 해먹는것보다 학교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해,

(참고로 이곳의 학생식당은 점심 한 끼에 0.5불, 600원입니다.) 

왠만하면 아침점심저녁 세 끼를 학생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해결했지만

그마저도 하루 만 원은 거뜬히 들었으며

학교 가는 버스비로 하루 2~3000원씩 꼬박꼬박 지출해

아무리 아껴도 한 달에 100만원 넘게 썼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저소득층으로서 삶을 영위하기에 좀 더 유리하다고 해서

서울보다 파나마시티 생활이 더 낫다! 는 건 아닙니다.

이곳의 버스는 배차간격도 일정하지 않고,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며

여기는 친구가 별로 없으니 (원래도 적었던) 사교지출이 없어지다시피 하는데다

옷이나 공산품의 품질이 한국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선택의 폭이 좁거든요.

문화적 차이나, 언어장벽 등, 단점을 꼽으라면 한도 끝도 없지요.

 

하지만 저처럼, 회사-집을 주로 오가며, 

여가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혼자 운동을 하는(대개 혼자 하는 활동들) 비사교적인 사람에

좋은 물건이나 사치품에 관심 없고, 패션이나 외모 치장에 흥미 없으며 

큰 자극 없는 루틴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분이라면 

적은 비용으로, 꽤 만족스럽게 파나마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 줄 요약

한국스러운 삶을 살려면, 비싸고 불만족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현지인 수준으로 삶의 기준을 낮추면, 적은 비용으로도 살 수 있다.

문화나 언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고, 루틴한 삶에 적응할 수 있다면 파나마살이도 괜찮다.